Sunday, November 20, 2005

집으로...

꼬박 1년간의 독립을 마치고 다시 집으로 돌아왔다.

처음 생각과는 달리, 집에서 나오면서 좋은 점이 많지는 않았던거 같다.

혼자 해야 할일, 혼자 생각해야 할일이 많아서 나쁜 머리가 더 고생을 했을지도...

같이 살던 우리 3형제, 진형과 현주도 각기 제 갈길을 가게 됐다.

진형은 계속 수원에서, 현주는 언니가 있는 고향으로...

처음에 같이 살면서는 그저 마냥 좋았는데, 그 시간이 길어지면서 서로 부족했기에 많이 아웅 다웅하며 결국엔 더 큰 아쉬움을 남긴 듯 하다.

더 잘할걸, 더 참을걸, 더 먼저 할걸... 뭐 이런 늘 지난뒤에 남는 후회와 아쉬움들...

아무쪼록 두명 모두 잘 살기를 바란다.

12월 중순정도에 서울로 옮기기 전까지는 그래도 당분간은 수원으로 출퇴근 한다.

이틀째 수원으로 출근을 했는데,

1. 아침밥을 먹고 나온다.

2. 아침에 온 가족이 하나의 화장실을 써서 신속 정확히 일사불란하게 일을 처리해야 한다.

3. 오며 가며 왕복 4시간 동안 음악 감상을 한다.

4. 오며 가며 왕복 4시간 동안 의도하지 않게 운동을 한다. ( 오며 가며 사람이 항상 많아서 늘 서서 간다 )

5. 지하철, 버스에서의 사람 구경을 많이 한다. 솔찬히 재밌다.

6. 그동안 못 보았던, 메트로와 같은 아침 무료 신문을 본다.

7. 아침에 깨어있다.

8. 밤을 새지 않는다.

9. 비교적 이른 시간에 집에 들어오게 된다.

10. 잠을 푹 잔다.

11. 담배가 줄었다.

12. 설겆이 빨래 를 안하게 됐다.

13. 관리비, 방세 신경을 안쓴다.

14. 꼬맹이( 우리집 똥개 )를 자주 본다. - 며칠전 가출했다가 아가 만들어서 들어왔단다 -,.-;;...

뭐 이정도가 달라진거 같은데...

집에서 떨어져 있을때의 뭔지 모를 우쭐한 자유로움은 없을지 몰라도, 역시.. 집이 좋긴 좋은거 같다.

Tuesday, November 01, 2005

14회 보라빛 정기공연 : "얼마나 더"




간만에 칼퇴근을 하고, 기다리고 있던 명자와 학교로 갔다.

이미 공연은 중간즈음인 듯 했고, 예전보다는 그리 많지 않은 관객이지만, 열심히 호응하는 모습은 예나 다름이 없었다.

요즘들어, 학교에 있는 후배들과 긴밀하게 끈적한 관계를 가지는데 있어서 많이 부족했던 나이지만, 이런 후배들의 모습을 보면서 흐믓해 하고 기쁘다는 것은 그저 사치스러운 감정일까?

늘 드는 생각이지만, 왜 평소에 잘 보지 못하고, 이렇게 큰일이 있을때나 아이들을 보러 온다는게 마음한구석에서 미안하다.

예전과 분위기는 많이 다르다.

여전히 관례적으로 이어온 운동권의 모습이 군데 군데 남아있기는 하나, 10년 터울을 두고 변화해온 모습에 신선하기도 하다.

한때는 선배의 지나친 욕심에 아이들에게 이러 저러한 따분하고 뻔한 교과서적인 얘기들을 하곤 했었는데, 글쎄... 지금은 그저 이쁘다라고만 말해줘도 모자라겠다.

뭘 해도 이쁠 우리 아이들...

멀리서 진우형님과 철규형님이 오셨다.

진우형님은 미리 부터 오셔서 공연장 한켠에 혼자 계셨고, 철규형님은 공연을 못 볼 시간에 도착할 것을 알고 계셨음에도 부랴 부랴 뒷풀이라도 함께 하기 위해 오셨다.

나는 새내기들하고 딱 10년 차이가 나지만, 두 형님은 15년 차이가 난다.

나도 10년, 20년 아주 오래도록 이렇게 늘 즐거운 마음으로 학교를 찾을 수 있기를 소망한다.

진만이, 재우... 4학년인데도 아직 군대도 안 갔고, 집행부 하느라 수고가 참 많다. 자의인지 타의인지 가늠할 수는 없으나 보라빛 덕에 제법 인생이 꼬인듯하기도 한데, 아무쪼록 이후에 보라빛에서 보여줬던 열정만큼 인생의 전망을 밝히는데 있어서도 열심히 해주길 바란다.

진아... 2학년 혼자이고, 성격도 소심한데다, 하루에도 몇번씩 울던 아이가, 후배들 생겼다고 성격개조해 가면서 열심히 했던 모습들이 생생히 그려질 정도로 기특하게 변신해 있었다. 진아를 보면 늘 위태위태 해보였는데, 이제는 믿음이 가는 어엿한 2학년이 되었다.

항아, 용학, 은미, 장현, 다애, 현우.. 우리 새내기들...
"오빠, 몇살같아?" 라는 질문에 너나 할거 없이 25~27 살 사이를 말해주어 더욱 이쁜 우리 아이들... 1학기 초에 많았는데, 이제는 제법 옥석이 가려지고 이제 정말 뭔가 해볼법한 아이들이 남았다고 생각이 된다. 한때 보라빛에 많이 힘든 시기가 있었는데... 이제 이 아이들에게 보라빛의 희망을 본다. 무한한 가능성을 잠재하고 있는 우리 새내기들에게 거는 기대가 참 크다.

날을 새고 또 하루 종일 함께 노래하고 연주해도 채워지지 않을 아이들과의 함께할 시간에 대한 욕심은 끝이 없지만,... 새벽 늦게 돌아왔다.

뭐랄까... 크게 기쁘게 힘을 얻고 왔다고 해야 할까?

나는 아이들에게 얼마다 듬직한 선배인지 모르게 부끄러우나 아이들은 내게 힘을 팍팍 실어주는 이쁜 후배들이다.

앞으로 보라빛, 어느 무엇보다도 끈적 끈끈하고 질긴 끈으로 늘 함께 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