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day, September 04, 2006

몸값 올리기?

회사를 그만두고 유럽 여행을 준비하고 있다.

아직 출발까지 며칠이 남아서 여행후에 뭘 할까 고민하다가 별 생각없이 이력서 작성해서 구인 사이트에 올려보았다.

특별히 어디에 이력서를 제출하지도 않았고, 그냥 내 상태를 구직중이라 하여 올렸다.

생각외로 꽤 많은 곳에서 연락이 왔다.

그리고 3군데서 면접을 보았다.

첫번째 회사 :
내가 생각하는 적정수준의 연봉을 제시했다.
의외로 흔쾌히 알았다고 한다.
바로 같이 일하자고 했다.
왠지 괜히 밑지는거 같다. 내가 제시한 연봉을 아무런 밀고 땡기기도 없이 바로 알았다 하다니...

두번째 회사 :
괜히 밑지는거 같아, 욕심내서 더 큰 액수의 연봉을 제시했다.
가만히 생각해 보면, 이정도는 받아야 하지 않나라는 거만함까지 추가됐다.
근데 이번에도 바로 알았다며, 바로 같이 일하자 한다.
괜히 이상하다.

세번째 회사 :
내가 생각해도 내 경력과 수준에서 터무니 없는 연봉을 제시했다.
근데... 좀 고민하더니, 알았다 한다.
정확하진 않지만, 최대한 맞춰준다 하며 같이 일하자 한다.

좀 의아스럽다.

하나같이 하는 말들이, 지금 나 정도되는 경력자를 구하기가 쉽지가 않다고 한다.

모두들 어디서 들었는지, 신입이 말도 안되는 연봉을 제시하기도 하고, 또 일 좀 해보려고 경력자를 구할라면, 완전 하늘의 별따기 란다.

그도 그럴듯이... 내가 경력 좀 쌓았다고 해서 부르는대로 연봉을 주겠다고 하니...

조금만 나쁜 생각하면, 이리 저리 옮기면서 경력쌓고, 개발은 둘째 치고 연봉올리기에 힘쓰겠다.

자신이 받아야 하는 적정 연봉은 얼마일까?

그걸 정확히 계산할 수 있는 사람은 자기 자신이라고 본다.

회사는 면접만으로 개인의 가치를 판단할 수 없다.

적당한 경력이 쌓인 개발자는 실제 할 수는 없어도 어디서 줏어 들었는지 뭔지에 대해서는 다 알고 있다.

즉, 면접은 적당히 넘어갈 수 있다는 것이다.

개인의 실력과 가치는 자신이 판단해야 한다.

고용주와 피고용주는 돈의 관계이다.

고용주는 피고용주에게 일을 시키고, 자신이 원하는 결과를 받을 수 있어야 하며,

피고용주는 고용주에게 받은 보수만큼의 값어치를 할 수 있어야 한다.

대개의 경우, 속고 속이는 경우가 되기는 하지만, 이것은 정말 투명하게 공개되어 서로가 서로에게 밑지는거 없이 좋은 관계가 되어야 한다.

이번에 몇번의 면접을 보면서, 참 기분이 썩 좋지만은 않았다.

만일 내가 그 연봉을 받고 입사를 했다 치자.

나는 그 연봉에 대한 부담과 압박으로 일에 묻혀살테며, 다행이면 그나마 좋은 결과를 낼 수 있을것이고, 불행이라면 좋은 결과를 내기는 커녕 스트레스만 더해 갈 것이다.

내가 생각하는 수준 이하의 연봉을 받고 일을 한다 가정해보자. 나는 충분히 할 수 있는 일 조차도 단지 "돈"의 부족이라는 이유로 의욕을 상실하고, 결과마저 내 의욕을 반영하여 그만 그만한 수준에서 머물겠다.

나는 내가 생각하는 적정 수준의 연봉을 받고 일을 해야 할 의무 아닌 의무가 있으며,

회사는 최대한 객관적으로 판단된 개인 수준에 맞는 연봉을 지급해야 할 의무가 있다.

또한 회사의 이러한 의무는 전체의 결과에 종속적이지 않다. 다른 말로 하면, 개인의 결과는 만족스러우나, 회사 전체의 이익에는 영향을 미치지 못했을때, 즉 이윤이 발생하지 않았을때에 따라 개인의 보상이 영향을 받으면 안된다는 것이다.
이것은 분명 경영의 문제이지, 개인의 문제가 아니다.

면접을 보면서 참 아이러니 한 생각을 많이 하게 된다.

하지만, 정작 중요한 요소는 이게 아닐지도 모른다.

정말 돈과 상관없이 개발이 좋아서 하던 때가 있었다.

그냥 내 노력과 땀으로 창조해낸 나의 결과가 좋아서 열심이었던 때가 있었다.

개발이라는 것...

우수한 개발자들이 꿈꾸고 그리는 개발, 학교에서 가르치는 개발, 한국 IT 의 개발... 모두 다르다.

요즘 개발자들 사이에 많은 화두를 제시하는, 개발자의 로망 Google 의 예를 들면...

Google은 개발자들이 정말 개발을 하고 싶어하게끔 해준다.

그때야 많이 진정 훌륭한 결과가 나올 수 있지 않나 싶다.

하고 싶은 개발을 하고 싶다.

돈으로 인정받는 개발이 아니라, 나의 노력과 땀으로 인정받는 보람을 느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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