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day, January 15, 2007

Herb : 여기가 다 없어진거 같아.

아! 간만에 아주 즐겁게 영화한편을 보았다.

사실, 교정 후 달라진 혜정의 모습에 별로 땡기지 않는 영화였는데...

일단, 3명의 주연 모두 연기가 모두 훌륭하다. 혜정인 교정만 했지 연기력은 결코 죽지 않았다. 종옥이언니야 두말할거 없고, 정경호란 신인은 "폭력서클"에서 처음 보았는데, 연기가 아주 좋다.

무엇보다도 이 영화의 기막힘은, 7살 연령수준의 3급 정신지체 역의 혜정이가 소화해 낸 대사이다.

연기력도 연기력이지만, 정말 누가 대본을 썼는지, 7살 수준에서의 사고가 아니면 생각치도 못할 순수하고 뭉클한 대사가 이 영화에 넘친다.

특히, 좋아하는 사람에게 아픈 말을 들은 후에,

"여기까지 꽉 찼으면 좋겠어... 여기가 다 없어진거 같아" 라며 밥을 끊임없이 쉬지 않고 허겁지겁 먹는다.

가슴이 텅비고 쓰린것이 배가 고플때의 쓰린것과 비슷하지는 않겠다만, 그 아픈 상황을 어찌 할지 모르고 어떻게든 이겨보려는 그 안타까운 모습이 그리고 속이 다 없어진거 같다라는 그 표현이 참 마음아프게 절실하다.

이렇게 군데 군데 순수하고 감동 뭉클한 대사가 많다.

다소 진부하고 식상한 소재를 가진 영화일 수 있으나, 기막힌 대사와 재치, 그리고 배우들의 뛰어난 연기력으로 훌륭한 영화가 되어버렸다.

정말 간만에 웃고 가슴 뭉클해 하며 영화보았다.

그리고 또 하나, "이종범"이라는 역활에 대해 생각해 본다.

그냥 혜정이가 이뻐서 작업걸었다가, 작업이 잘 진행되던 중 정신지체아라는걸 알고, 모질게 내리쳤다가 다시 혜정에게 돌아오는 역활인데...

이 사람도 참 불쌍한 사람이구나 싶다.

현실에서 그리고 가까운 장래까지를 내다보았을때 사실 "이종범"이라는 인물은 끝가지 혜정이를 책임질 영혼의 소유자가 아니다라고 판단이 된다.

착하기는 하나, 혜정의 순수한 마음에 동요했으나, 그것은 좀 더 젊었을때 가져볼 수 있는 감정으로 판단된다.

그렇다면, 그 이후는 어떠할까...

이 남자 주인공은 새로운 여자를 만나겠지만, 그 순수하고 아무것도 모르는 혜정을 배신했다는 죄책감에 한참을 힘들어 할지도 모른다.

사랑은 도덕이 아니기에 떠날 수 있어도 인간이기에 도덕적으로 아파할거 같다.

혜정은 밑도 끝도 없이 모든걸 내주는 순수한 마음을 가졌다. 결국 혜정이도 아파할테고, 남자 주인공도 한참을 아파할 듯 하다.

난 왜 여기까지 생각을 하고 있는건지... 나의 순수한 영혼이 많이 황폐해졌구나.. =(

아무튼, Herb 정말 즐겁게 보았다

우리 혜정이, 아직 죽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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