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dnesday, March 21, 2007

떡볶이

국민학교( 지금은 초등학교 )에 다닐 시절, 학교앞에는 꼭 떡볶이 가게가 있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허연 고추장 국물에 떡만 간신히 익힌듯한 것이었는데, 100원에 떡 7개가 나왔었다. 왜 7개 인지 모르겠으나, 개수가 홀수이기에 늘 친구랑 옥신각신했던거 같다.

지금에야 주머니에 짤랑 거리면서도 천대받고 흘려 잃어버리는게 100원 짜리 이지만, 그 시절 100원이라는 가치는 엄청난 것이었다.

그 시절에 엄마에게 "엄마 100원만"이라고 해보지 않은 사람은 아마도 아무도 없을것이다!

아무튼, 100원 가진 친구와 그렇지 않은 사이좋은 두친구도 100원으로 떡볶이를 산뒤, 3개씩 사이좋게 나누어 먹고도 꼭 이 나머지 하나를 포크로 반을 가르면서 문제가 생겼던거 같다.

100원짜리 떡볶이는 그 시절 최고의 간식이고 최고의 부의 상징이었다.

누구 누구는 하교때마다 떡볶이를 사먹더라.

뭐 그랬던 시절이 있다...

나이가 점점 들면서 떡볶이도 쌀떡볶이가 있다는걸 알게 되었고, 떡볶이 값은 500원으로 껑충 뛰었고, 한때는 신당동 떡볶이가 유행하기도 했고,...

고등학교때 까지는 제법 떡볶이를 먹었던거 같은데, 큰학교에 가면서 부터는 이제 떡볶이는 술자리 안주정도로 전락해 버린듯 싶다.

그나마 나는 술을 좋아하지도 않기에 떡볶이를 정말 맛있게 먹은 기억도 떡볶이 자체에 대한 기억도 많이 잊어버린 듯 하다.

지금에 와서는 떡볶이가 낯설에 느껴졌다.

떡볶이는 그 자체만으로도 굉장한 가치가 있는것임에도, 나이를 먹은것인가? 떡볶이라는 말이 어색하게 느껴젔었다.

떡볶이는 단지 먹을것의 의미를 넘은 것이 된 지금, 그 떡볶이가 먹고 싶은데...

요즘 나는,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나서, 점심을 먹고, 스튜디오로 간다.

가서 컴퓨터도 하고,

홈페이지랑 제안서도 손보고,

업체 및 경쟁사 시장조사도 하고,

하루종일 나오는 케이블TV 덕에 그동안 나의 관심 밖이었던 TV도 많이 접해보고,

편히 살고 있다.

건물 길건너에는 24시간 문을 여는 김밥천국이 있는데, 우리의 야식을 담당하고 있다.

주 메뉴는 물론, 김밤, 오뎅, 떡볶이 이다.

한동안 모르고 있었던 떡볶이를 요즘들어 한주에 2번 정도는 먹는거 같은데,...

이 떡볶이는 내가 먹고 싶은 떡볶이가 아니다.

내가 먹고 싶은 떡볶이는 따로 있는데...

떡볶이는 뭐니 뭐니 해도, 추운 겨울날 오뎅 국물과 함께 먹는 길바닥 포장마차 떡볶이가 최고이지 않나 싶다.

뭐 궁중떡볶이도 맛있지만, 어릴적 향수를 불러일으키기엔 너무 사치스럽다.

이제는 2접시로도 모자랄듯... 100접시는 먹어야 하지 않을까 싶은데...

떡볶이 100접시 사주세요!!!

Saturday, March 17, 2007

タイヨウのうた - 태양의 노래



사실, 일본 영화는 정서가 좀 안맞아서 그닥 재밌게 본 기억이 없는데,태양의 노래는 정말 재밌게 보았다.

Xeroderma Pigmentosum( 색소성 건피증 ) 이라는 희귀병으로 태양이 없는 밤에만 제대로 된 활동을 할 수 있는 카오루가 멀리서 바라보는것 밖에는 할 수 없어서 아무것도 알 수 없는 뭇사내를 좋아하게 되고,

마침 그 사내도 애인이 없어서 서로 좋아하게 되지만, 병, 그것도 희귀병으로 인해 서로에게 거리가 생기게 되나, 결국 서로의 마음을 이쁘게 발전시킨다는 지극히 뻔한 이야기 이나,

어찌보면, 지극히 뻔한 얘기이고 지극히 뻔한 결말이지만서도, 그 과정을 그려내는 영상이 이쁘고, 또 무엇보다도 YUI의 연기가 훌륭하다.

가수 출신으로 직접 기타를 연주 하고 직접 노래를 하는 카오루의 모습이 이쁘다. 그리고, 연기도 신인다운 풋풋함과 배역에 너무 잘 어울린다 싶을정도의 감각은 이 영화를 더 이쁜 영화로 만들고 있다.

특히 위 사진 처럼 뾰로통 심술나 있는 YUI의 표정연기! 아! 깨물어 주고 싶다!

다른곳에서 YUI를 보았다거나 그녀의 노래하는 모습이나, 노래를 들었다면 충분히 그냥 지나쳤을 법 하다. 그리고 약간의 코맹맹이 소리에 거부감을 가졌을지도...

하지만, 영화를 보고 난 후라면 분명 그 느낌이 절대 다르다! 영화에서 YUI는 연기를 한다고 생각되지 않을만큼 아주 자연스럽게 있는 그대로의 매력을 물씬 풍기고 있다.

그냥 YUI의 모습을 보고 있어도 침이 질질 흐르게 나도 모를 미소가 듬뿍 머금어 질정도로...

코맹맹이 소리는 아무나 내는게 아니다. YUI같은 소녀만이 할 수 있는 소녀만의 것이다!

하지만, 영화 자체는 별 특이함이 없다고 해야 할까? 희귀병이란 소재도 흔하고 여주인공이 죽는다는 것도 그렇고 지극히 평범한 해피엔딩도 그렇지만,

영화내내 거의 끊이지 않는 YUI의 노래와 귀를 편히 해주는 기타소리가 영화를 보는 내내 은근히 빠져들게 한다.

뻔하게 이쁜 결말을 기대하며 보게 되는 잔잔한 영화인듯 하다.

러브레터 이후 재밌게 본 일본영화, 추천한다.

Friday, March 09, 2007

Just Feeling...

불후의 명작 "타이타닉"은 참 멋진 장면과 기막힌 대사가 많이 있다.

오늘따라 문득 생각하는 한 씬이 있었으니...

배가 침몰해 갈때, 잭은 로즈의 약혼자에게 목걸이 도둑으로 몰리게 된다.

그때 로즈도 잭에 대해 실망을 하고 돌아선다.

잭은 배 아래 깊숙한 어느 방에 수갑에 묵인채 남겨지게 된다.

그러다가, 로즈는 문득 뒤돌아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잭을 찾아 뛰어간다.

차오르는 물을 헤매 간신히 자신을 찾아온 로즈에게, 잭은 묻는다.

『 내가 훔치지 않았다는걸 어떻게 알았어? 』

『 Just Feeling... 』
Just Feeling...

그냥 느낌에...

문명의 이기가 하늘 높은지 아는지 모르는지, 어제가 다르게 변화하고, 사람들은 사람같은 느낌을 점점 잃어버리고 있다.

이유도 근거도 없다. 그냥 느낌인것을...

누가 누군가를 생각하는 또는 느끼는 또는 사랑하는 감정도 이럴것이라 생각한다.

그냥 느낌인 것이다. 이유가 없다.

분명 느낌은 처음과 끝지 같지 않을 수도 있고, 내가 잘못 느꼈을 수도 있고, 가공된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냥 느낌인거다.

잘 몰라도, 많은 대화를 해보지 않아도, 한번만 보았어도 느낌이 있을 수 있다.

잘 알아도, 수 많은 대화를 해봐도, 질리도록 보았어도 느낌이 없을 수 있다.

과학적으로 설명할 수 없는 이 느낌이 나는 참 좋다.

때론 느끼하게 느낀다는 오해를 살 수도 있으나 ㅋㅋ 나는 그냥 느낌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