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ursday, November 04, 2004

퇴사에 즈음하여...

처음 회사에 입사하여 1년 동안 혼자 진행했던 국방부 Project 가 있다.

아무것도 모를 당시 매일같이 땀 삐질삐질 흘리면서 작업했던 기억이 난다.

그러던 중, 중요한 부분에서 막힌적이 있었다. 며칠을 해도 모르겠고, 진도도 안나갔었다.

그리하여 선임들의 도움을 받아고 선임 둘이서 한달을 꼬박 작업한 후 공통소스를 만들어주었고, 내 소스와 조립할 수 있었다.

퇴사에 즈음하여, 그 때 그 Project 를 인수인계하고 있다.

근데, 군대라는 곳이 늘 그렇듯 시도 때도 없이 업무규칙이 바뀌고 그것은 강제적이며 곧 따라야 하기 마련이다.

지금까지 괜찮다가, 그저께 그 때 그 어려웠던 작업에 변동이 생겼다.

나는 바로 못한다고 했다.

하지만, 업무로직을 이해하는 사람은 나 혼자 밖에 없고, 나 밖에 할 사람이 없다고 한다.

퇴사에 즈음하여, 시간이 없는건 알겠으나 이건 꼭 해야 한다고 내게 말한다.

어쩔 수 없다.

아름다운 사람은 머문 자리도 아름답다.

아름다운 뒷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마지막으로 한번 더 노력하기로 결심했다.

생각난다.

땀 삐질삐질 흘리며 일요일에도 출근하고 매일 야근하면서도 완성하지 못했던 그 작업...

나의 퇴사 계획이 한참은 미루어 지겠구나 라고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어제 부터 작업을 시작했다.

아니, 그런데 이게 왠일?

그 어려웠던 소스가 한눈에 다 들어오고, 오히려 그 잘나 보이던 소스들에 수정해야 할 부분이 덕지덕지 보인다.

아... 내가 컸구나...

내가 천재인가 싶다.

그 때 그 느낌을 떠올리며 너무 쫄아있었던건가?

아무튼 그리 하여 작업은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

기분이 야리꾸리 한게 괜찮게 좋다.

2001년 11월 5일 은 지금 회사의 입사일이다.

내일이면 딱 만 3년이 된다.

아쉬움이 적잖이 남는다.

더 많이 공부하지 못했고, 더 많은 사람들과 친밀하지 못했고, 더 좋은 모습 보여주지 못한일들...

아름다운 사람은 머문 자리가 아름답듯, 아름다운 뒷모습을 보여줘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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