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day, August 29, 2005

두번째 지리산




갑형님과 성찬형님과 함께 지리산에 다녀왔다.

2002년에 처음 갔었고 이번이 두번째이다.

그때는 뱀사골에서 성삼재까지 당일치기 코스로 다녀왔었는데, 이번엔

성삼재 ⇒ 노고단 ⇒ 임걸령 ⇒ 반야봉( skip... ) ⇒ 삼도봉 ⇒ 토끼봉 ⇒ 연하천 ⇒ 벽소령 ⇒ 세석 ⇒ 장터목 ⇒ 천왕봉 ⇒ 중산리

이렇게 다녀왔다.

기대가 많았다.

그동안 지리산 종주를 꼭 해보고 싶었던 마음과, 여행을 가본지 꽤 됐었고, 육체적으로 힘든 걸 하고 오고 싶었다.

꽉찬 종주는 아니었지만, 나름대로 종주를 하였고, 간만에 기차타고 여행이라 즐거웠으며 육체적으로 충분히 힘들었기에 참 좋았다.

용산에서 갑형님을 만나 같이 장을 보고 기차를 타서 27일 새벽 4시에 구례구에 도착하였고 택시타고 성삼재로 가서 산행을 시작했다.

3명 중 막내여서 그랬는지, 난 너무 대책없이 지리산을 올랐다.

베낭도 제일 작았을 뿐더러, 준비한건 그저 나의 옷들뿐이었다.

산행도중 앞서가는 두 형님의 뒷통수를 충분히 가리는 베낭을 보고 어찌나 민망했던지...

난 등산화를 싣지 않았으니까 라는 스스로의 위안으로 그 미안함을 무마하려 했고, 시간이 지나면서 힘들어질 수록 등산화의 이유는 더욱 강렬해졌다. 내심 많이 죄송했지만, 그건 역시나 마음뿐이었다.

근데, 등산화는 절대 멋이아니었다. 등산을 하려면 등산화를 싣어야 겠다. 정말이다 -,.-;;...

공기가 좋았고, 산냄새가 좋았다.

하지만, 산사람들은 예전같지 않은듯 하였다.

많이 삭막해 진거 같다. 구석에 꽁초며 쓰레기도 종종 눈에 띄고, 마주치는 사람들과의 산인사도 많이 없어진듯 하다.

첫날 세석까지 가서 잠을 잤다.

세석엔 사람들이 엄청 많았다.

예약한 사람들은 이미 초과하였고, 대기자도 다 못들어갔으며 밖에는 어림잡아 약 200 명 정도가 있었는듯 하다.

산장을 관리하는 사람중 한명인 듯 한데, 모포나 침낭 같은것을 구할 수 있는지 물어보았다.

근데, 그 사람 너무 착했다. 그 많은 사람들이 와서 물어보고 귀찮게 했을텐데, 너무 미안하다며 친절하게 이슬이라도 피할 곳을 잘 가르쳐 주었다.

우리는 결국 취사장에서 잤다. 사람들이 밥해먹은 열기때문인지, 취사장안은 그래도 잠들때까지는 따뜻한 기운을 느낄 수 있었다.

설악산 대청봉에 갔을때도 취사장에서 잤는데, 난 취사장과 인연이 깊은가 보다.

성찬형님과 갑형님 사이에서 내가 잤다.

성찬형님이 가져온 침낭하나로 셋이 덥고 잤는데, 난 너무 미안해서 구석탱이에서 잔다고 했는데도, 갑형님이 끝까지 나보고 가운데서 자라고 하셨다.

난, 정말 죄송해서 그랬는데... 아마 아침엔 후회하셨을지도 모르겠다. 가운데서도 많이 추웠다.

그리고, 천왕봉까지 갔다.

이틀날... 첫날과 달리 내려가는길이 더 힘들었다.

예전엔 몰랐는데, 세월과 내 몸뚱아리의 무게가 상당히 늘었나 보다.

내리막에선 뛰어다녔어도 무릎 아픈건 몰랐는데, 이제는 무릎에 무리가 오는지 아팠다.

갑형님이 무릎보호대로 또 도움을 주셨다.

천왕봉은 보기에 좋았다.

성찬형님의 신령함으로 날씨는 지나치게 좋아서 노고단 까지 훤히 보였고, 하늘은 정말 푸르고 맑았다.

성찬형님의 순결함과 천왕봉의 매력에 감동했다.

어디서 이 많은 사람들이 왔는지, 참 많았다.

성찬형님은 청년회 깃발이라도 가져올걸 그랬다며 라고 하시면서 그곳에서 청년회 깃발을 휘날리지 못한 것을 아쉬워 하셨지만,

난, 그곳에 같이 등산온 커플들을 보며 아쉬워 하는 수준을 넘어 부럽고 배아파 속상해 했다. -,.-;;...

갑형님도 조용히 계셨음이 아마도 성찬형님보다는 나와 가깝지 않았을까 한다. ㅋ

중산리로 내려왔다.

가파픈 경사라 막바지 산행이 아팠다. 무릎이 계속 아파왔다. 성찬형님도 무릎때문에 고생하셨다.

몰랐었는데, 지리산의 그 많은 고목은 숨어있는 빨치산을 잡기위한 토벌대의 방화였다는 것이다.

그 많은 고목은 지금에 있어서 참 멋진 모습을 하고 있지만, 그 당시를 생각해 봤을때, 그리 멋진 것만은 아닌것이다.

중간 중간 빨치산 아지트에 대한 얘기를 옮겨놓은 설명판때기들을 종종 볼 수 있었다. 물론 좋게 쓰여있지 않다.

그리고 그 판때기들에는 꼭 철모가 하나 올려져 있다.

그 판때기들은 빨치산들을 잡기 위한 정부군의 편이었다. 유치하다. 씁쓸하다.

이틀동안, 무엇보다도 마음을 비운 일정이라 좋았다.

사실, 그동안 알게 모르게 회사에서의 많은 스트레스로 힘들었는데, 이틀동안 싹~ 잊고 그동안 하고 싶었던 산행을 하니, 마음도 잘 정리되고 활력도 얻은거 같다.

그동안 갑형님께 많이 고마웠었는데, 이번 역시 많은 도움을 받으며 고마웠고,

그동안 성찬형님과는 개인적으로는 많은 얘기를 할 기회가 없었는데, 이번 산행에서도 많은 얘기를 하지 못했다.

산행을 하면서 또 올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지금은 바로 또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지금도 다리가 땡기지만, 그래도 또 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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