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ursday, February 09, 2006

"빠"

"빠( Bar )" 에 갔다.

퇴근길 대수한테 전화가 왔다. 간단히 맥주 한잔 하자는 건데, 자기가 종종 가는 술집이 있다 한다.

그래서 간곳이 강서구청 뒤에 있는 EOS Bar 였다.

내가 "빠"를 간적이 있었는지는 모르겠는데,

바텐더와 이렇게 애기하면서 술 먹어 본거는 처음이다.

대수는 무슨 그리 할말이 많은지 시시콜콜 말도 잘 한다.

근데 나는 진짜 할말이 없다.

나는 왜 같이 오자 한건지, 나는 안주나 축내고 있고 대수는 열심히 대화를 한다.

난 이런 자리가 어색하더라.

잘 알지도 못하는 처음 보는 사람이고, 그다지 할 얘기도 없고, 내가 괜히 민망해 지는거 같고...

그리고, 대화역시 진짜 대화가 아니다.

손님은 나오는대로 얘기하고 바텐더는 이런 저런 얘기 다 들어주고 호응해 주고 맞장구 쳐주고 또 얘기를 재밌게 풀려하는 느낌들이 이런 대화가 얼마나 유익하고 재미있나 싶다.

이렇게 별거 아닌 비싼 안주에, 이 비싼 술이라면 차라리 삽겹살이나 먹으러 가지 이런델 왔냐고 했더니,

대수는 "빠 삘" 인 날이 있고, "삽겹살 삘"인 날이 있다 한다.

나는 매일 "삽겹살 삘"인가 보다.

80년 생 친구들과 함께 차린 "빠"라고 한다.

회사를 다니고 있고 퇴근후 바로 와서 새벽 3시까지 영업하고 또 다음날 출근하고 한다던데...

존경스럽다. 참 열심히도 살고 있구나.

Tuesday, February 07, 2006

금 연

1997년 12월 23일, 크리스마스 이브를 하루 앞두고 입대를 했다.

1사단 신교대에서 6주간의 신병 훈련을 받았다.

하루의 훈련이 끝난 후 사람들은 화장실 뒤에서 동그랗게 원은 만들고, 담배를 핀다.

그들의 모습은 마치 하루의 고된 훈련을 담배로 훌훌 날리고, 털어버리는 극히 행복한 모습이었다.

그때까지 담배를 피지 않았던 나는그들의 모습이 마냥 부러웠다.

나는 댐배를 싫어했다. 사람들이 내 방에서 담배도 못 피게 했다.

담배를 피면 다음날 아침에 목이 칼칼하고 아팠다.

하지만, 이리도 행복한 모습을 보이는 그들을 보며, 담배에 대한 호기심이 배가됐다.

담배를 배웠다. 그들은 쉽게 가르쳐 주었다.

담배가 나쁘기 때문에 쉽게 잘 가르쳐 주지 않던 친구들과 달리, 담배 연기를 마셔도 맵지 않을 방법을 그들이 가르쳐 주었다.

그렇게 지금까지 담배를 펴오다가,

지금은 금연 1주일을 넘겼다.

정우와 농구를 했다. 5:5 올코트를 뛰었는데, 몇번 왔다 갔다 하니까 숨이 벅차다.

폐가 도와주질 않았다.

마냥 20대, 마냥 청춘일줄 알았는데, 이리도 체력이 떨어졌을지 몰랐다.

금연을 결심했다.

마음을 제대로 먹었으나 금연은 생각처럼 쉽지가 않다.

식후땡( 밥먹은뒤 피는 담배 ),

응가할때,

술자리에서

는 그래도 참기 쉬운 편에 속한다.

제일 힘들때가 스트레스와 짜증이 밀려올때 이다.

담배를 피지 않으면, 머리속에서는 항상 "피고 싶다" 와 "참자" 가 같이 있다.

두개의 생각이 머리속에서 늘 끊이지 않으니, 내 머리는 항상 짜증을 내고 있다.

그런 상태에서 다른 일로, 스트레스 또는 짜증이 날때 정말 참기 힘들다.

담배끊은것에 대해 공지를 하면 주위에서는 그냥 피자고 약올리는 사람들도 몇있다.

이렇게 짜증과 스트레스가 밀려올땐, 그 사람들이 피지 않겠다고 의지를 굳히는 나를 강제로라도 입에 물려 피게 해줬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한다.

이런 명언이 있다.

"술은 살일을 하게 할 수 있지만, 담배는 살인을 막을 수 있게 한다."

뭐 忍 세개면 살인도 막는다 라는 비슷한건데,

화가 나고 흥분했을때, 스트레스 받고 짜증날때, 스스로를 감당하기 힘들때,

담배 한대 피면서 혈압을 낮추고 감정을 추스릴 수 있다는 건데,

사실 맞는 말이다.

참 힘들다.

남들이 얘기하는 금연 효과가 무엇인지도 잘 모르겠다가,

바로 어제 아침에서야 비로소 느끼게 되었다.

충분한 잠을 잔것도 아닌데, 새벽 1시에 자서 아침 6시에 저절로 눈이 떠지더니 그리 개운할 수가 없었다.

스스로가 놀랄 정도였다.

이렇게 개운한 아침에 있었나 싶었다.

자!

앞으로 또 많은 고비가 올텐데...

성공하자 금연!

Friday, February 03, 2006

Office Space



통쾌한 영화!, "누가 내 치즈를 옮겼을까?" 와 비슷한 느낌의 영화이다.

소프트웨어 개발 회사에서 일어나는, 일상적인 이야기를 함축적으로 조금은 오바하여 적나라하게 표현한 영화!

보는 순간 순간, 그래 맞아! 이랬어! 나도 똑같아 라는 동질감을 놓칠 수 없었던 영화이다.

Joel On Software에 소개된 글이 있어서 봐야지 하고 뒤늦게 봤는데,

아, 정말 재미있다.

특히나, 위 그림에서 처럼 3명이서 복사기를 부술때, 정말 통쾌한 웃음을 참을 수 없었다.

어쩌면 비단 개발 회사에서만의 이야기는 아닌 수 있다.

영화 매 장면 장면 마다의 기발함이 큰 액션과 효과 없이도 이렇게 많은 느낌을 줄 수 있나 싶다.

또, 현재 대한민국의 IT 현주소를 나타내기도 한다. 적어도 내가 겪어온 회사들에서는 이 영화와 같은 일들이 하루도 거르지 않고 일상이 되어 있다.

별반 다르지 않은, 출퇴근 고달픔.

별반 다르지 않은, 어디서나 무수하며 껄끄럽고 귀찮은 상사들.

별반 다르지 않은, 몇몇의 동료직원들.

별반 다르지 않은, 소란스러운 업무 환경.

별반 다르지 않은, 나의 실수 들.

하지만, 영화에서의 결과적인 대담함은 아직 나를 포함하여 누구에게서도 보지 못했다.

쉽게 해석을 하면, 하고 싶은대로 해라 라고 되겠지만,

좀 더 깊이 생각하면, 우리 회사가 바뀌어야 할것은? 내가 바뀌어야 할것을 가르쳐 주기도 한다.

나로부터의 변화를 꼬집는 훌륭한 영화라고 나는 평을 하고 싶다.

주인공이 부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