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uesday, February 20, 2007

그해 여름 그리고 그해 겨울...


예고편을 보면서 참 보고 싶은 영화다 했었는데, 여행가느라고 보지 못했던 "그해 여름"을 이제야 보게 되었다.

수애는 이쁘게 생겼지만, 우울하게 그늘이 져 보여 왠지 싫은 반면 이병헌이 나온 영화는 모두 재미있었기에 보고 싶었다.

내용은, 잠깐 만난 두 사람이 사랑을 하고 그것은 생을 다할때까지도 애절하게 남아있다 라는 예전 "메디슨 카운티의 다리" 와 비슷한 영화인데,...

"메디슨 카운티의 다리"를 볼 때 난 그 영화를 이해하지 못했었다.

근데 지금은 이 영화의 느낌을 이해한다는 것이, 내가 사랑을 알게 돼서 일까 아님 나이를 먹어서 일까...

잠깐... 긴 인생의 아주 잠깐의 만남을, 사는 내내 그 잠깐을 그리워 하고, 그 잠깐을 아파하고, 그 잠깐을 못 잊어 한다는 것을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어쩌면 그런 잠깐을 알 수 있었던 것만으로도 감사해야 할지도 모를 일이다.

인연이라는게 있다. 한때 나는 인연은 내가 만드는 것인지 알았다. 내가 잘 하면 내가 시기적절하게 나타나주면, 내가 노력하면, 내가 만들 수 있다고 생각했었다.

그 오만함과 자만은 어디서 생겼었는지 모르겠다.

너무 빨라도 너무 늦어도 안되는게 인연인것을... 너무 빨랐기에 안도하여 나태했을 수도 있고, 너무 늦었기에 조급하여 그르쳤을 수도 있다.

내 마음 하나 주체하지 못하는데, 다른이의 마음까지 떠안아 억지로 인연을 만들 수는 없다.

이 영화의 아주 중요한 소재가 되는 "편백나무잎"이 있다.

수애는 이 편백나무잎이 사람을 부르는 힘이 있다고 믿는다. 이것이 인연인 것이다. 인간의 힘으로 어쩔 수 없는 것, 사람을 부르는 힘, 내 사람을 만날 수 있는 인연...

그 둘은 그렇게 만나 사랑을 한다. 그러나 잠시 잠깐...

언울한 시대에 태어난 죄로, 서로의 안일한 육체보존을 위해 헤어진다.

좀만 더 깊이 생각해 보면 서로에게 정말 행복한 것이 무엇인지 알텐데도... 서로에게 자신의 존재가 조금이라도 폐가 될까 하여...

내가 싫어져서 또는 나를 싫어하게 돼서 헤어지는건 행복한 일이다.

서로 좋아하는데 어쩔 수 없이 헤어지는것은 그 아픔의 깊이가 끝이 없다.

인연은, 사람이 할 수 어찌 할 수 없는것인지 알게 됐다. 사람은 사람을 부르는 힘이 없으나, 편백나무잎은 사람을 부르는 힘이 있다. 즉, 사람이 어찌 할 수 없는 것이 인연이라는게 된다.

서로를 눈앞에 둘 수 없게 된 뒤, 사람을 부르는 힘을 가진 편백나무잎의 능력을 키우기 위해 편백나무를 키우고 잎을 소중히 뿌려댄다.

조금은 늦었지만, 그 편백나무잎은 결국 사람을 부르게 된다.

인연은 사람이 어찌할 수 없는 것임에도, 편백나무잎의 힘을 빌려 사람을 부르게 된다.

인연은 사람이 어찌할 수 없는것인지 알게 되었는데, 사람이 어찌 할 수 있는것이 있나보다.

"세월이 가면"이라는 노래가 있다.

"세월이 가면 가슴이 터질듯한 그리운 마음이야 잊는다 해도 한없이 소중했던 사랑이 있었음을 잊지 말고 기억해줘요"

세월이 지난뒤에 혹 나와의 인연을 후회하면 어쩌나 걱정되고, 나와의 인연을 아직도 아파하면 어쩌나 걱정되지만, 그래도 나와의 기억을 잊지 않아주길 바란다.

내가 조금 늦었기에 돌이킬 수 없는 후회를 만들었지만, 그래도 그 인연이 있었기에 난 감사하고, 행복하다.

인연은 분명 사람이 어찌할 수 있는 것인데 내가 좀 더 노력하지 못해 미안한 마음만 후회만 남는다.

지금은 그 인연을 소중히 간직하고 그저 행복하기만을 바라고 있다.

그리고 그것이 끝가지 인연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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