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uesday, June 12, 2007

부산 - 이렇게 좋았던가?


사실, 이들과 월요일 월차를 함께 쓰기로 하지 않았다면, 아마 힘나씨 결혼식에는 가지 않았을 것이다.

부산은 내게 너무 멀다 -_-;;... 월요일에 다 함께 월차를 내기로 하고, 일요일, 월요일에 아주 재밌게 놀 생각으로 부산에 갔다.

이전날 한마당 행사와 뒷풀이의 여파로 거의 모두들 아침이 지나기 까지 입에서 술 냄새 풀풀 나도록 술도 깨지 않았지만, 새벽같이 일어나서 수경이가 빌린 카니발을 타고 부산으로 향했다.

중부 - 영동 - 중부내륙 - 경부 - 대구부산간 고속도로를 타고 부산에 갔는데, 이전 처럼 경부만 쭉~ 타고 가는거 보다는 그나마 덜 지루하게 갈 수 있었다.

하지만, 시간이 그렇게 단축된다는 느낌은 사실 받지 못했다.

일찍 출발하여 일찍 도착했기에, 신부가 대기실에 들어오기도 전부터 대기실에서 대기하고 있었다.

힘나씨... 살이 많이 찌셨더군요... -_-;;...

그래도 밝은 힘나씨 얼굴은 그대로 이다.

결혼식을 끝내고, 부폐로 밥 먹으러 갔는데, 정말 영 꽝이었다. 이렇게 먹을것 없고 맛 없을 수가...

그렇게 식사를 끝내고, 이제 해운대로 출발한다.

2년 인지 3년인지 보지 못했던, 뽀름이에게 부산 가이드를 부탁했다.

2002년에 615 중앙문예단 하면서 알게된 부경 후배인데, 친해져서 종종 연락하고 지냈다.

서울오면 만나기도 하고...,

내가 부산 가서 만난건 처음이다. 착한 뽀름이 기꺼이 나와서 우리의 가이드를 해주었다.

해운대는 몇번 간적이 있는데, 이번엔 느낌이 달랐다.

좋은 사람들과 함께 여서 일까? 날도 좋아 사람들도 제법 많았고, 또 무엇보다도 시원한 바닷바람이 너무 좋았다.

그리고 해운대 바다는 왠지 더럽다고 생각을 했는데, 그렇지 않았다. 정말 깨끗했다.

해운대 앞에서 음료수 마시며, 잠깐 게임도 하고, 승윤은 물에 빠지기도 하고,.. 그 뒤 뽀름이가 안내해주는 대로, 누리마루로 갔다.

지난해 APEC 을 하면서 만들게 된 부시를 비롯한 정상들의 산책로인데, 정말 잘 해놓았다.

바다 앞 깍아지른듯 절벽위에 나무로 길을 만들었는데, 정말 산책하기 좋다. 이 근처 살면 하루에 한번씩 오면서 꼭 바람쐬며 산책하고 운동하고 싶어질테다.

부시가 한번 왔다 가니까 동네가 살기 좋은 동네로 바뀌는구나.

다음 또 보름의 인도를 받아 광안리로 가서 회를 먹었다. 회는 맛있었다. 회를 사고 먹으며 수경이가 버럭 하긴 했으나, 그럭 저럭 잘 넘어가서 즐겁게 회와 술을 먹었다.

나는 모든이의 이동을 책임지기에 술은 마시지 않았는데, 사실 이럴때 약간, 아주 약간의 술이 땡기는건 사실이다.

술은 결코 맛이 없으나, 그냥 그 분위기에 동참하고픈... 아바이, 왜 나를 이렇게 낳으셨습니까 -_-;;...

부산에서 운전을 해본건 처음인데, 길이 참 어렵다. 나는 제법 길눈이 있다고 생각하는데, 길이 워낙 꼬불꼬불에 언덕도 많고, 비스듬한 길도 있어서 내가 어느 방향으로 가는지 왔던 길이 어딘지 잘 파악이 되질 않는다.

뽀름이 말로는, 한국전쟁당시 피난민들이 부산으로 오면서 집부터 먼저 지어지고 도로가 나서 그렇다는데...

내일 월차를 내지 못한 이들을 배웅하기 위해 부산역으로 갔다.

승윤은 술 더 먹다가 내일 새벽에 올라가기로 했는데, 아침에 올라가는 차가 모두 매진이라 결국 올라가게 됐고, 해서 결국 회장님과 나, 그리고 영숙이 수경이가 남았다.

해운대가 바로 보이는 콘도에 방을 잡고, 준비해온 양주를 꺼내고, 안주를 사서 해운대가 바로 보이는 베란다에 식탁을 옮겨 자리를 만들었다.

파도 소리 좋고, 물 깨끗하고, 바람은 더할 나위 없이 시원하고, 그야 말로 최고의 기분전환을 위해 최고의 상황이 갖추어졌다.

뇌가 다 편해지는거 같았다.

내 생각같아서는, 재밌고 즐겁고 떠드는 얘기 하고 싶었으나, 바보 같은 권수경 첫 주제를 한마당으로 잡는 바람에 대화의 소재는 대개 청년회 얘기였다.

이런 저런...

그중 가장 안타까운 것은, 회장님은 힘들고 고민이 있어도 그러한 문제에 대해 대화를 나눌 사람이 없다는 얘기이다.

나 빛장할때 그랬다. 나 힘들고 지치고 고민되는데, 누구 한테 얘기 할 사람이 없었다. 바보 같은 나는 제대로 하지도 못하면서 의욕만 앞어서 일을 그르치는거 같고 주위에서는 안도와주는거 같고...

막 그랬던 적이 있는데, 그때 내 옆에 내 얘기를 들어줄 친구가 한명만 있었으면 정말 좋았을것이라 생각했었다.

회장님께도 지금 당장 필요한 것은 아마도 회장님의 이런 저런 얘기를 들어주고 맞장구쳐줄 친구 한명이리라 생각된다.

수경아, 네가 그리 하렴... ㅋㅋ 꼭 !!!

회장님은 결국 먼저 뻗으시고, 수경, 영숙, 나 셋이서 이런 저런 대화를 했다.

학교때 얘기, 청년히 들어와서 얘기, 또 앞으로의 얘기... 내가 뒷풀이를 잘 안해서 이들과 이렇게 얘기 나누어봤던게 언제였는지 기억도 안날만큼 참 오랜만에 얘기해 본다.

진작 진작 얘기도 좀 하고 그럴걸...

술자리를 정리 하고 완전 뻗어서 잘 잤다.

아침에 라면을 끓여 먹고, 서울로 향했다.

그러나 월차까지 냈는데, 이대로 서울로 올라간다면, 아쉽지 않은가?

문경새제에 들려서 사진도 찍고, 계곡에 발도 담고 왔다.

푸르고 높은 하늘, 뜨거운 햇볕을 파랗게 이쁘게 가려주는 시원한 나무 그늘, 그리고 질세라 더욱 시원한 계곡 물에 발 담그고 앉아있으니, 더이상 부러울게 없었다.

비록 하루 반나절동안의 짧은 여행이지만, 이렇게 제대로 기분좋게 즐겁게 편하게 돌아다녔던것이 언제 였나 싶다.

몸은 천근만근 정말 피로하나, 머리는 마음은 시원하게 뻥 뚫고 온듯하다.

그리고 너무도 이쁘게 우리를 가이드 해준 뽀름에게 너무 고맙다.

서울에 올라오면 100배로 더 잘해줘야지! =)

...

이렇게 잘 놀고 왔으면, 탄력받아서 열심히 일해야 하는데, 다시 또 놀러가고 싶은 마음만 굴뚝이다.


사진 더 보기

No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