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day, September 17, 2007

나도 국가유공자?

'군 복무중 탈모' 국가 유공자 해당
서울행정법원 판결

군 복무기간 스테레스로 인해 머리카락이 빠지는 탈모증세가 진행됐다면 국가유공자에 해당한다는 대우를 받아야 한다는 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2003년 5월 입대한 박모(당시 21세)씨는 다음해 1월부터 머리에 부분적인 탈모 증상이 발생하기 시작됐다. 가족력도 없었고 입대 전에는 탈모 증세도 없었다.

수개월 동안 치료를 받았지만 박씨의 머리카락은 계속해서 빠졌으며 2004년 10월에 국군통합병원에 입원, 진단을 판은 결과 머리 전체의 털이 빠지는 전두탈모증으로 판정됐다. 이후 증상이 호전되지 않아 끝내 입대 2년만인 2005년 5월 의병전역을 했다.

박씨는 전역한 뒤 서울지방보훈청에 복무 중 스트레스 등으로 전두탈모증이 생겼다며 국가유공자 등록 신청을 했다.

그러나 보훈청은 박씨의 증세가 군 생활과 무관하게 T림프구 자가면역기전에 의해 발병한 것이며 제대 후 머리카락이 상당 부분 다시 돋아난 점 등을 들어 국가유공자 등록을 거부하자 소송을 제기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4부(신동승 부장판사)는 박씨가 서울지방보훈청장을 상대로 낸 국가유공자 등록 거부 처분 취소 소송에서 "피고는 거부처분을 취소하라"며 원고승소 판결했다고 16일 밝혔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스트레스가 원형탈모증의 발생 원인은 아니지만 악화 요인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등의 의학적 소견을 종합하면 원고의 전두탈모증은 군 생활 중의 교육훈련과 직무수행에 따른 스트레스에 의해 발병했거나 스트레스가 탈모증을 악화시킨 것으로 보인다"고 승소 이유를 설명했다.




원래 내 머리엔 땜빵하나 없다.

그리고, 지금까지도 머리가지고 장난쳐 본적이 없다. 이를 테면, 파마, 무스, 스프레이 등등등... 때문에 난 아주 곱고 부드러우며 윤기나는 여성도 부러워할 머리결의 소유자였다.

어느날 휴가를 나와, 학교에 갔었는데, 당시 새내기이던 이모양이 내 뒤통수를 보더니,

"오빠 머리에 땜빵있네요?" 라고 하였다.

내가 알기론 내 머리엔 땜빵따윈 없는데?

원형 탈모증 초기때는 그 심각성을 미처 몰랐고, 그냥 흘려 들었다.

그러나 얼마 가지 않아, 내 뒤통수엔 500원 짜리 동전의 약 1.5배 만한 구멍이 무려 2개나 생겼었다.

곧 나는 벽제에 있는 국군통합병원으로 일주일에 2번씩 통원치료를 받게 됐다.

구멍하나에 주사를 3방씩 맞았고, 약도 복용했다.

그러나 머리는 다시 날 생각을 안하고 구멍은 더욱 커져만 갔다.

같은날 의정부로 입대한 자대 동기 재만이가 있었다.

그 친구도 머리가 하얗게 변하는 백반증에 걸려서 나와 함께 일주일에 2번씩 통원치료를 받았다.

그 친구나 나나 원인은 "스트레스"였다.

고참들은 니깟것들이 스트레스 받을일이 뭐 있냐며, 더욱 갈궜었다.

나는 결국 끝까지 머리가 나지 않았고, 내 사수가 제대한 뒤에야 원형탈모가 완치되어 새머리가 솓았었다.

그 사수... 지금은 뭐하고 사는지 참 궁금하다.

내가 당했던 사례 몇가지를 들어보자면...
1.
파일정리를 해놓으라고 했는데, 그당시 Windows98 에서 난 파일 복사와 같은 일을 할줄 몰랐다. 전산관련학과 출신이기에 전산병이 됐는데, 그런것도 못한다고 첫날 부터 맞았다.

2.
엑셀작업하다가 컴퓨터가 뻑갔는데, 그 상황에서 대개의 사람들은 습관적으로 마우스를 한번 휘젓게 된다. 근데 나는 마우스 휘젓다가, "이 개새끼야! 마우스 돌리니까 리소스 더 먹잖아!" 라며 맞았다.

3.
행정부대다 보니, 전투체육하기가 쉽지 않았는데, 난 농구를 참 좋아했다. 사수는 주말에도 사무실에서 조낸 열심히 일하고 있는데, 창 밖 멀리 농구장에서 농구하는 날 보고 불러서 가슴에 담배빵 놨다. 사실 이건 누구 말처럼 개념을 집에 놓고 와서 인데, 그래도 좀 심했다.
등등등... 참 힘든 군대 생활이었다.

대개 전산병, 행정병이라 하면 편할줄 아는데, 우리 부대는 행정부대였기 때문에 훈련 다 받고, 근무 다 나가고, 거기다가 야근을 거의 매일 같이 했다.

군대에서 최고는 일찍 자는것인데, 일찍 자는 날이 거의 없었고 늘 수면부족이었다.

물론 그래서 3학년 마치도록 파일 정리 하나 못하던 내가 컴퓨터를 배우고 제대할 수 있게 되었지만, 그래도 그때 받은 정신적 충격과 상처는 아직까지, 이 나라의 군인을 불쌍히 여기고 보고 있자면 한숨만 나오게 되는 지경에 이르렀다.

요즘 군대... 예전에, 동원훈련 한번 가보았는데, 참 좋아진거 같긴 하다만, 철저한 계습사회에서 받는 스트레스는 여전하리라 생각이 된다.

문제는 군대내에서는 특히, 아랫것들은 스트레스를 풀 수 있는 통로가 여전히 현저히 작다는 생각이 든다.

난 그 후로, 지금까지도 신경을 쓰면 머리가 빠지는 그래서 지금은 숱이 많이 없는 사람이 되어 있다.

나도 그럼 국가유공자인가? 소잃고 외양간 고치기식의 후보상이 아니라, 문제의 원인을 파악해 개선하려는 노력을 좀 보여주면 좋을텐데...

내가 살아오면서 지금까지 얻은 가장 큰 정신병은 "곽"가를 아주 혐오한다는 것이다.

흔치 않은 곽가를 보면, 100% 편견을 가지고 보게 된다.

그 곽가 아저씨 잘 살고 있는지 모르겠다...

그러고 보니 재만이도 생각난다. 스타일은 나랑 좀 다르지만, 서로 농구를 무지 좋아해서 친했고, 1:1 도 자주했는데...

생각해 보면 그런 인연도 없다. 2년동안 하루 종일 붙어서 함께 생활을 같이 할 수 있는 인연은 부부도 힘들듯 하다.

보고 싶군 재만이...

아직도 머리가 하얗게 변하는지, 결혼은 했는지, 키는 좀 컸는지...

언젠가 한번 신림역에서 우연히 만나고 명함 교환하고 조만간 보자 했었는데...

이 우울한 기사가 오래전 악몽과 몇명을 떠올리게 하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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