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day, September 06, 2004

하늘 어둡고 바람불고 비오던 그 때 그 날씨 그 날



거짓말 처럼 정말 딱 오늘 같았던 날씨의 그날이 기억난다. 하늘은 어둡고 바람은 몹시 불지만, 정작 집을 나설땐, 비가 오지 않아 귀찮은 마음에 우산을 챙기지 않았던 날이 있었다.

의외로 많은 사람들이 잘 모르는 곳, 종묘에 갔었다. 서울 한 복판이라고는 생각하기 힘들 만큼 많은 나무, 큰 나무들 덕에 주변의 큰 건물들은 보이지 않고, 드문 사람들이기에 꼭 멀리 온 듯한 느낌을 준다.

그리고 예쁜 연못이 간만에 눈을 즐겁게 해주고, 촘촘한 나무의 푸른 냄새들이 코를 편안하게 해준다. 종묘 전체가 굳이 금연구역으로 지정하지 않아도 될만큼 담배는 땡기지도 않는다.

정말 오늘 같은 날씨였다. 그리고 갑자기 비가 내린것도 오늘 같았다.

궁의 평상 마루바닥에서 급한 비를 피할 수 밖에 없었다. 지붕에 내려 모아져 처마끝으로 떨어지는 빗방울은 눈으로 보기에도 선명 했고, 흔히 볼 수 없는 투박한 돌계단 위로는 작은 빗방울이 더 작은 빗방울로 부셔지는것도 보인다.

이것들은 내게 아주 사소한 것들이다. 이렇게 사소한 것들이 이리도 자세히 기억이 나는데, 사소하지 않은 그 기억들은 아플만큼 더 생생히 기억이 난다.

내 머리는 똑같은 1년을 다시 살고 있다. 몇년이 될지는 모르나... 1년인가 싶을 정도로 오늘 그 날씨 보듯이 그날 그 날씨의 그 일들을 기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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