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nday, July 30, 2006

퇴근하는 언니들...

내가 있는 곳은 수원시 인계동이다.

수원에 사는 사람들은 이곳을 다 안다. 수원시청뒤 한블럭 전체가 아주 크고 유명한 유흥가이다.

이곳에 종사하는 여직원의 수가 몇만이 된다고 하는데, 근거있는 얘기인지는 모르겠다.

밤시간에 담배를 사러 편의점에 가면 이때 출근하는 언니들을 보게 된다.

모두 화려하다.

계절구분없이 짧은 치마와 더울수록 많은곳이 보이는 옷들, 그리고 훤칠한 키와 준수한 외모의 언니들은 사실 지루하고 건조한 일상에서 좋은 활력소가 된다.
( 나만 그런게 아니다. -,.-;;.. 안그런 남자 있다고 하면 거짓말이다. )

그런 언니들을 보는 시선은 나이를 먹으면서 점차 달라진다.

어렸을땐 그런 언니들이 무서웠다. 그리고 성을 알아가면서 부터 그 언니들에 대한 무서움은 다른 성인식 감정으로 바뀌게 된다.

그냥 스믈스믈 미소가 나오는 감정들...

다음날 큰 시연이 있어서 밤을 새면서 준비할 일이 있었다.

배가 고파 사람들과 먹거리를 사러 편의점에 갔다.

퇴근하는 언니들을 보았고, 편의점에선 배가 고팠는지, 삶은 달걀과 사발면 김밥을 사는 언니와 마주쳤다.

근처에선 술냄새가 나고, 눈동자는 흐릿하며, 얼굴엔 생기가 없고, 걸음은 무거워 보인다.

출근하는 언니를 볼때와는 다른 느낌이 든다.

참 측은해 보인다. 나는 뭐가 잘났기에 그 사람을 측은하게 여길까 라는 마음이 들면서도, ... 참 측은해 보인다.

그 모습을 보면 분명 좋아서 하는일이 아닌것이 확실하다.

분명 시작할 즈음엔 적잖은 돈이 급하게 필요해서 잠깐 할 생각으로 했을것이라 생각이 든다.

그동안 출근하는 언니들을 보며, 성인으로서의 감정에 충실했던 것이 순간 참 미안해진다.

성매매법 금지 뭐시기 어쩌니 해도, 밥먹고 살려면 돈벌이가 필요하고, 또 성인으로서의 철없는 즐거움을 만끽하려면 또 그렇게 수요가 많아지기 마련이다.

막는다고 되는일은 아닌듯 하나, 좀 해도 제대로 했으면 좋겠다.

이왕이면 퇴근하는 새벽엔 사발면이나 삶은 달걀이 아니라, 밥 한끼라도 제대로 먹었으면 한다.

내가 그 언니들을 이렇게 평가하는 자체가 괜히 미안해 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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