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day, October 10, 2005

Life Is Enjoy - 3

한국에서는 아침에 닭이 운다. 하지만, 인도에서는 아침에 까마귀가 운다. 그리고 창문틀에 앉아 창문까지 두둘기며 사람을 깨운다. 그리 유쾌하지 않다. 아침부터 재수없게 까마귀가 창틀에 앉아 울고, 두둘기고... 그리고 하루종일 날아다니는 까마귀를 볼 수 있다. 날아다니는 것들의 50% 는 까마귀 이고, 25% 는 비둘기 이고 25% 는 독수리이다.

처음으로 오토락샤를 탔다. 볼때와 달리, 직접 타보니 더 아찔했다. 군데 군데 파인 도로를 거침없이 달려가고, 바퀴가 3개 인지라 커브길에서는 금방이라도 쓰러질거 같았다. 위태 위태 하게 우리는 목적지까지 왔다.

오늘부터 드디어 회의에 들어간다.

7층 짜리 건물로 Pune( “푸네”라고 읽는다. “푼”이 아니다. ) 에서는 두번째로 높은 건물인데, 엘레베이터가 두개가 있다. 하나는 무지 꼬진 엘레베이터인데, 신분에 따라서 탈 수 있는 엘레베이터가 틀리다고 한다.... 카스트는 여전히 아주 곳곳에 깊숙히 남아있는 듯 하다.

이곳 사람들과 인사하고 간단히 서로의 안부나 이러 저러한 형식적인 얘기들을 나눈뒤,결과적으로 하루 종일 진행된 회의를 시작했다.

난 회의를 싫어한다. 특히나 준비없이, 무택대고 대책없는 대책을 내오는 회의를 싫어한다. 사전조사가 미흡했다거나, 얘기할 내용에 대해서 정리가 되어있지 않다거나, 서로의 의견을 좁히려는 노력없이 각자가 일방적으로 자신의 얘기만을 관철시키려는 회의를 참 싫어한다.

오늘의 회의는 그러했다. 바로 내가 그랬다. 바쁘다는 이유로 얼마나 준비없이 왔는지, 참 미안하고 속상했다.

출장의 목적은 하나다. 우리가 만든것과 이곳에서 만든것을 합쳐서 하나의 제품을 만들자는 것인데... 문제가 좀 많다. 인도인의 특성이라고 한다. "빨리 빨리"로 유명한 한국인과 달리, 인도사람들은 중국인들보다 느리다고 한다.

이곳 고속도로에서 봤듯이, 트럭은 거의 기어간다. 트럭은 언제까지 가는 것이 중요한게 아니라, 그냥 언제든지 도착하기만 하면 된다라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우리는 이곳에게 빨리 빨리를 요구했고, 이 사람들은 이해를 하지 못한다. 왜 그게 그리 빨라야 하는건지... 그러면서 얘기하기를,

자기들이 못하면 우리 다음 세대가 할 것이고, 또 못하면 그 다음 세대가 할 것이고 언제든지 될것이다.

"Life is Enjoy!" 사장이 한단어 한단어에 힘을 팍! 팍! 실어서 얘기 했다.

음... 납득하기 힘들면서 와 닿는 말... -,.-;;...

"Enjoy Your Life" 가 아니라, 당위성이 더 강한 "Life Is Enjoy" 이다. 이 끝도 없는 낙관은 어디서 나오는 건지... 믿을 수는 없으나, 인도인은 모두 이렇게 생각한다고 한다. 내 인생은 과연 즐거운가?

회의와 중간 중간 인도에 대한 깊은 대화를 나누던중, 맞은편에 있는 노트북 화면을 보고 돌아오다가 물이 가득든 유리컵을 바닥에 떨어트려 멋지게 깨버렸다. 솔직히 진짜 당황했다. 근데 이 사장님, 괜찮다며 괜찮다며 괜찮다고 한다. 나는 어떻게든 내가 치우려 하는데, 민망하게 사람 불러서 치우게 하고... -,.-;;...

오늘 하루의 마무리는 이렇다. 결론을 내지 못하고 내일로 미루어졌다.

저녁은 사장과 리야즈와 함께 아주 아주 고급스러운 식당에서 함께 했다. 사장이 쏜다고 가자 했다.

부사장님과 케빈팀장은 사장 차를 타고 갔고, 리야즈는 내 손을 잡더니, 자기 뒤에 타라며 오토바이를 탔다.

소시적에 오토바이 타가가 좀 심하게 다친적이 있어서 오토바이를 좀 무서워 하는데... 여기서 또 오토바이를 타니 더 무서웠다. 진짜로 왜 교통사고가 안 나는지 의심스러울 정도이니까....

오토바이는 달린다.

도로, 인도 구분없이, 사람, 버스, 락샤, 승용차가 구분없이 달린다. 도로의 절반이상은 차선이 없다. 편도 차선만 없는게 아니라, 중앙차선도 없는곳이 태반이다. 가는 길이 막히면 대충 반대 차선으로 넘어가서 막 달린다.... 이거 좀 무섭다. 도로엔 곳곳에 모래가 흥건하기도 한데, 특히나 2바퀴로 가는 오토바이의 경우 좀 위험할텐데, 역시나 상관없이 사람들 사이, 락샤사이, 심지어 버스뒤에 바로 가거나 옆에 바로 붙어서 달리고 멈추고 ... 한국의 폭주족은 아주 우수운 수준의 인도 흉내를 내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

도착한 식당은 정말 컸다.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에 나오는 아주 큰 건물앞에 중앙엔 큰 분수대가 있고 그 주위를 여러개의 식탁이 중간 중간 나무들을 끼고 멋지게 둘러져 있다.

그중 한테이블에 앉아 우리는 식사를 시켰다. 뭘 모르기 때문에 시키는 대로 먹었다. 처음으로 인도 사람과 밥을 먹게 됐다.

솔직히 걱정많이 했다. 인도 음식 진짜 맛 없는데, 맛 있게 먹어야 되겠고... 진짜 럭셔리 해보이는 식당이라고는 하나 별 기대를 할 수 없고....

음식은 두번에 걸쳐서 나왔다.

자리가 자리이니 만큼 손만을 써서 식사를 했다. 이거... 영 거시기 하긴 한데, 그래도 먹다보면 음식을 손으로 짚어서 손으로 음식을 느끼는 맛이 또 색다른거 같다. 느낄 수록 괜찮다.

처음엔 버섯 요리다.

좋았다. 버섯에 마치 돼지갈비 양념을 한듯했다. 다음 요리가 뭘 나올지 몰라서 난 충분히 먹었다. 배고팠기에...

다음 요리는 새우, 양고기, 무슨 새고기를 각각 다른 양념으로 한 음식이었다. 이거를 "난" 이라고 하는 밀가루만으로 된 부침개와 비슷한 것으로 싸 먹는 것인데, 이 "난"을 오른손 한손으로 뜯기가 생각보다 어렵다. 긴장하며 세가지를 하나씩 먹어보았는데...

음... 역시 어디를 가나 비싼 음식은 맛이있는건가? 비슷 비슷한 음식처럼 보임에도 불구하고 여기 음식은 정말 맛있었다.

"난"을 약 10개 정도 먹었을 즈음에야 한손으로 뜯는게 충분히 익숙해지고, 더 이상 먹을 수도 없을만큼 배가 불러졌다.

부사장님은 쭉~ 조용히 계시고, 케빈과 여기 사장님은 뭔 얘기를 하는지 시종일관 진지하고 심각하게 얘기하고,

나의 부족한 영어실력으로 리야즈와 나는 아주 쉬운 영어로 이어지지 않는 단발형 대화만으로 자리를 이어갔다.

그래도 들으면 들을 수록 리야즈의 얘기가 귀에 들어온다.

같이 사진도 찍고, 몇마디 얘기도 하고, ㅋ

한마디 한마디를 진행하기 위해 난 약 30초 정도 걸리지 싶다.

리야즈... 착하다.

말도 잘 못하는 나랑 얘기하기에 답답했을텐데, 얘기도 잘 들어주고, 잘 알아듣지도 못하는 내게 끊임없이 뭔가를 얘기한다.

진짜 잘 먹었다.

오늘은 밤새 춤을 추는 날이라고 한다.

그래서 그랬는지 돌아오는 길, 곳곳에 길을 막고 여려가지 타악기를 신나게 치고, 노래 부르고 춤추며 또 싸움하는 모습들을 약 500m 간격으로 보았다. 참 즐거워 보인다. 그냥 소리치고 흔들어 댄다.

이들의 인생은 정말 즐거운가 보다...

사장은 한마디 더 한다.

"즐겁지 않으면 인생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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